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나만 위로할 것

이름만 들어도 차가운 나라, 얼음의 나라, 아이슬란드. 아이슬란드와 위로, 묘하게 어울리지 않으면서도 어울린다. 위로라고 하면 따뜻함이 연상이 되는데, 아주 차가운 곳에서도 나름의 따뜻함이 있다. 그곳 사람들이 건네는 미소와 친절함 혹은 자연이 주는 풍경 같은 것들.     나도 아이슬란드라는 나라에 막연한 동경으로, 꿈으로 간직하고 있다.언젠가는 꼭 가보고 싶은 곳. 황량하고, 춥고, 사람도 많이 없지만 그 자리를 대신하는 것들이 있기 때문이다. 오로라와 빙하, 고요함과 백야, 화산과 피요르드. 지금 나의 일상에서 아주 멀리 있는 것들이 아이슬란드에서는 평범한 일상이다.   아주 다른 세상일 것 같다는 추측을 한다. 추위를 극도로 싫어하지만, 아이슬란드에서라면 한 번쯤 견뎌보고 싶어진다. 외로움이 많아 혼자 있는 것을 잘하지 못하지만, 아이슬란드에서라면 혼자여도 괜찮을 것 같다.  미술관이나 건축물, 유명한 맛집이나 쇼핑거리 등 사람이 만든 것이 아닌 자연을 마주하고 싶다. 자연 그대로인 것들. 그래서 너무도 자연스러운 것들. 자연 그 자체.무엇을 하러 가는 곳이 아닌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곳. 그저 바라보고, 감탄하고, 순간에 머물기만 해도 되는 곳.  하지만 나에게 아이슬란드는 그뿐만이 아니라 세상의 모든 바람이 시작되는 곳이었고, 운율은 불규칙하지만 소리내서 읽으면 너무도 아름다운 시 같은 곳이었고, 잠들지 않아도 꿈을 꿀 수 있는 곳이었고, 불어오는 바람에 내가 가진 모든 것이 날아가 버리는 곳이었고, 태초의 지구의 모습과 종말 후의 지구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했고, 우리가 아는 시간이라는 개념에 포함시킬 수 없는 시간 밖의 텅 빈 공간이었다. 그곳에서 나는 여러 생을 산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으면, 북극 찬바람을 맞아 두 볼이 빨개진 수줍은 여인의 미소처럼 오래오래 따뜻했던 것이다. 그곳은 내 여행의 끝, 종점이었다.P.273 작가는 왜 아이슬란드였는지라는 이야기에, 이렇게 답을 했다. 이리도 아름다운 문장으로 아이슬란드를 표현했는데, 어떻게 그곳을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이 책을 읽다 보면 사란사란한 위로를 받게 된다. 아이슬란드에서 찍은 사진들이,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의 따뜻함이, 동화 같은 이야기들이, 시규어 로스의 음악들에게서 위로를 받는다. 의외의 지점에서 위로를 받았던 부분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작가였다. 그의 연약함이, 그의 불완전함이, 그의 불안이, 오지랖이, 무모함이, 애정이, 슬픔이 뜻밖의 위로가 되었다.  나는 그에게서 차가운 빙하가 가득한 풍경을 떠올렸다. 아주아주 차갑고, 낯설고, 외롭지만 그 풍경만이 줄 수 있는 따뜻함을 그에게서 얻었다. 산뜻한 따뜻함. 차가운 따뜻함.  나만 위로할 것, 이기적인 말 같지만, 실은 스스로 위로할 수 있을 때 많은 것들을 위로할 수 있는 힘을 얻을 수 있다.  <책 속에서>“젊음이 뭔지 아나? 젊음은 불안이야. 막 병에서 따라낸 붉고 찬란한 와인처럼, 그러니까 언제 어떻게 넘쳐 흘러버릴지 모르는 와인 잔에 가득 찬 와인처럼 에너지가 넘치면서도 또 한편으론 불안한 거야. 하지만 젊음은 용기라네. 그리고 낭비이지. 비행기가 멀리 가기 위해서는 많은 기름을 소비해야 하네. 바로 그것처럼 멀리 보기 위해서는 가진 걸 끊임없이 소비해야 하고 대가가 필요한 거지. 자네 같은 젊은이들한테 필요한 건 불안이라는 연료라네.” (p.61)그래, 중요한 건 눈에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라는 거지. 중요한 건 보이지 않지만 속에 있는 것. 그래, 우리의 마음 색깔 같은 거.검은 해변의 꽃처럼 우린 지금 아무것도 아니고 언제나 자주 불안해하지만, 우리가 원하는 걸 하겠다는 단단한 마음과 진심이 있다면 우리는 결국 그걸 하게 될 거야. 시간이 좀 걸릴지 모르지만……(p.345)  당신이 거기에서 무슨 일을 했고 당신이 어떤 사람이든, 당신 친구가 누구든 그리고 당신이 무엇을 가지고 있었건 그 모든 것이 이 길위에서는 아무런 의미가 없어진다. 5 곱하기 0은 0이듯. 모든 것은 제로에서 시작한다. 당신의 한국에서의 생활은 그저 찬란했던 로마제국의 흥망성쇠처럼 따뜻한 전설로만 당신 마음속에 남아 있을 뿐이다. 낯선 곳에서 당신이라는 사람은 관심의 대상이 되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그동안 우리 자신이 한번도 느낄 수 없었던, 우리가 서서히 밑바닥까지 가라앉는 기분을 느낄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내 우리는 부상할 것이다. 바닥을 치고 나서 반등하는 주가처럼, 자신이 특별하지도 않고 아무것도 아니라는 사실을 인정하게 된 순간 우리는 모든 걸 바닥에 내려두고 다시 새로운 세상 한가운데로 부상할 것이다. 화.이.팅 (p.350)

너도 떠나보면 알게 될거야 의 작가 생선눈의 나라에서 자신을 쓰다듬고 다독이다 항상 엔진을 켜둘게 와 같은 노래를 작사하기도 하였으며 MBC에서 음악작가로 일한 경력을 지니고 있는 작가. 김동영이라는 이름보다 생선 이라는 이름으로더 많이 불리는 그의 새로운 여행 에세이다. 전작 너도 떠나보면 알게 될거야 가 미국에서의 230일에 대한 기록을 담았다면 이 책은 눈의 나라 아이슬란드에서 보낸 180일 간의 기록이다. 지난 여행에서 혼자라는 외로움 그리고 불안감의 바닥에서 헤매던 그가 이번에는 아예 절대적인 외로움을 만나고 싶었던지 온 세상이 눈으로 뒤덮인 인적이 드문 저 먼 북쪽 끄트머리 섬, 아이슬란드로 향했다. 세상의 끝으로 간 그는 여전히 혼자이지만 외로움만을 토로하지 않는다. 조금 더 차분한 마음으로, 조금 물러서서 자신을 그리고 세상을 관조하기 시작했다. 세상에 맞설 용기도, 그냥 주저앉기도 싫어 방황하던 청춘이 세상의 흐름에 몸을 맡긴 채, 그는 자신의 여행과 인생, 그리고 사람과 사랑에 관한 생각을 이야기한다. 서른 살을 기념해 떠난 여행에서는 끊임없이 자신에게 말을 걸고, 부지런히 타인에게서 답을 찾으며 자신은 물론 세상과의 화해를 이끌어냈다면 그로부터 3년이란 세월이 지난 지금은 거친 풍랑을 이겨낸 베테랑 마도로스처럼 묵직한 자신감을 갖고 세상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혼자서 자신을 쓰다듬고 다독인다. 바로 이 곳, 눈의 나라에서.

글머리에
-be my guide

1장
2009년 당신과 나의 아이슬란드
사라, 당신은 내가 아이슬란드에서 만난 첫 번째 친구군요
내가 잠든 사이
너는 내가 되고 나는 네가 되고 싶은 날
나는 네가
우리의 이름
이런 게 여행인지 몰라
청춘은 불안하다
아이슬란드 통신
back to Gothenburg again
다른 사람에게 여행이란
세상의 모든 끝나지 않은 것들에게
보석을 만드는 일
절대로 믿지 말 것
100살이 넘은 나의 연인
내가 널 사랑할 때
그들은 행복했었다

2장
내 여행의 증인
누가 인연이 연약하고 끊어지기 쉽다고 했지?
Sleepwalker
뭐하세요?
들어본 적 있어?
세상이 우리를 다듬어가겠지
안 좋은 일은 언제나 한 번에 몰아서 온다
그대와 기억의 춤을
앞날을 이야기 해주는 작은 새
at 4:12 am in the middle of blue hour
우리는 누구나 한 번 더 태어날 수 있다
카페 바바루 cafe babalu
게스트하우스 310호
친구들의 음반가게
뷔욕을 대신해서 카심에게
2009-2010
개인적인 지극히 그런
숨이 너무 찬 나머지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탔습니다
그녀 아리
적요
행운을 가져다주는 양말
카트린이 누구지?
Why Iceland?
행복한 거짓말쟁이
결국 정말 웃겨지는 거다
그에게 보여주고 싶은 풍경들
그의 화려하지만 서늘한 인생역전 스토리
나의 슬픔
그렇고 그런 거죠
괜찮을 거야 다시 부활할 거야
여행의 왕
자유로웠던 새
이제 돌아가야 하는데 왜 망설일까?

editor’s cut
music no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