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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땅, 보이지 않는 자들


사람들이 자기 자신으로서 더 많이 보고 전체로서는 그만큼 조금 보는 한, 결코 하나의 본질, 하나의 뜻을 갖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오로지 자기 자신 안에서만 사는 자들 역시, 설령 무한성이란 선물을 지니고 있다 하더라도, 결코 전체를 보지 못하리라. 부제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쿠르드 족에 관한 책이다. 쿠르드 족, 최근 이라크 전쟁으로 그 이름이 알려진 종족이다. 사실 나도 쿠르드 족은 터키, 이라크, 이란 등의 국경지방에서 사는 민족이라는 점만 알 뿐, 더 이상 자세히 알지는 못한다. 사실 이 책을 읽고 나도 쿠르드 족이 어떤 종족인가를 알게 되지는 않는다. 이 책은 쿠르드 족을 설명하기 위한 소개서가 아니라, 그들의 신화(그들의 신앙이 담겨져 있다는 데서 이 책을 경전적인 내용이라고 말할 수도 있을 듯 하다)를 적어놓은 책이기 때문이다. 신화하면 그리스 로마 신화나, 우리나라의 건국신화 등에 대해서만 간략하게 알고 있었던 나였다. 그 이름부터 생소한 쿠르드 족, 게다가 그들의 신화를 읽어보게 된다는 것은 기대감 반, 걱정 반이었다. 아주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된다는 건 매우 흥분되는 일이지만, 경험상 전혀 배경지식이 없는 상태에서 책을 읽는 다는 것은 이해도도 떨어질 뿐더러, 자칫 지루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책을 모두 읽고 난 뒤 느껴지는 감정 역시 두 가지 모두를 포함하고 있다. 쿠르드 족의 신화는 근본적으로 윤회론을 전제한다. ‘완성된 자’, ‘비 완성된 자’라는 구분에서 알 수 있듯이 불교식의 해탈의 개념도 엿보인다. 또, 여느 종교의 창세처럼, 여기에도 ‘아주 늙은 성스러운 아버지’라는 창조신이 존재한다.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대홍수의 기록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쿠르드족의 홍수는 조물주의 사자인 키르드탐이 한 마을 사람들에게 조선술을 가르쳐 주어 마을 사람 전체가 구원을 얻게 된다는 스토리를 가진다. 성경의 무지개의 역할은 달(月)이 대신한다. 한편 읽던 중 흥미로운 내용은 인간의 일반적인 구분이다. 우리는 흔히 백인, 황인, 흑인으로 사람들을 나누곤 하지만, 쿠르드족의 신화에 나오는 인간은 황색인, 흑색인, 갈색인, 백색인, 창백한 사람 등 5가지로 나눈다. 무의식적으로 참 재미있게 구분을 했구나 하는 생각을 했는데, 사실 내가 그만큼 서구의 3색 구분법에 익숙해졌다는 것을 의미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 보았다. 지독한 편견이 아니었을까. 가장 많은 생각을 하면서 읽었던 부분은 제 4부였다. 다른 부분은 상당히 지루한 맛이 있었는데, 4부 만큼은 전혀 지루한 맛을 느낄 수 없었다. 그 내용은 신앙을 한낱 어리석고 무지몽매한 사람들이나 믿는 것으로 치부하고, 이성의 힘을 숭상하도록 사람들을 종용한 토룹에 의해 사람들이 신앙심을 완전히 잃어버리게 되자, 결국 토룹의 지배에 빠지게 된다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그 시작이다. 사람들을 완전히 지배한 토룹은 자신의 명령을 따르지 않는 두 부족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고 75개의 부족 연합군을 결성해 토벌에 나선다. 하지만 자만할 대로 자만한 토룹은 결국 전투에서 패배하고, 죽음을 맞게 된다. 내용만 보자면 단순한 권선징악적인 내용처럼 보이지만, 인간성에 관한 매우 날카로운 통찰력을 보여주고 있는 이야기들이다. 절대적으로 의존할 수 있는 신앙을 버리고, 스스로가 신의 자리에 올라 자율에 따른 생활을 하면 행복할 것만 같지만, 결국 폭군인 토룹의 지배를 받는 처지에 놓이게 된다는 내용 등이 그렇다. 기회가 된다면 이 모티브를 소재로 짧은 단편소설이라고 써 보고 싶은 마음이다. 여러 가지로 새로운 경험이었다. 무슨 뜻인지 전혀 알 수 없는 이름들 때문에 읽느라 고생 꽤나 했지만, 신화 안에 담긴 인간에 관한 여러 깊은 통찰들은 그러한 어려움을 깨끗이 씻어줄 수 있을 정도였다. 역시 신화가 되기 위해서는 단순히 재미있게 지어낸 이야기여서는 안 되는 것인가 보다.
쿠르드족 사이에 구비 전승되어온 위대한 이야기와 전설들. 인쇄된 형태로는 최초로 소개되는 이 이야기들은 쿠르드의 피를 이어받은 저자 힐미 압바스가 쿠르드 말로 전해 들은 이야기를 독일어로 기록한 것이다. 인류의 기원을 다룬 많은 이야기들이 그렇듯 먼저 천지창조가 나오고 인간들의 낙원과 같은 원시 상태가 강조되며, 대홍수도 등장한다. 창조주인 ‘아주 늙은 성스러운 아버지’와 여러 신과 악령, 존재들이 나오며 그리스도와 비슷한 신인神人 암샤스판드도 나타난다. 저자는 오랜 세월 입에서 입으로 전해진 이런 이야기들을 독특하고 뛰어난 이야기 솜씨로 엮어 냄으로써 선과 악, 도덕과 악행의 이원적 대립이 지배하는 쿠르드족의 자의식을 드러내고 있다.

1. 내 자신의 거울이 되어라
결과들의 사슬
내 자신의 거울이 되거라
모든 속박에 대한 부담 없이
박명의 왕국들
보이지 않는 자들
물질적인 것의 한계
힘의 신비
미완성인 자들
암사스판드-편재하는 자비
운명의 물
뮈모 괼뤼-지상의 고난의 호수
찬가
불결한 정령 디브
술의 정령들 뉘칸
인간의 자아

2. 만물을 정화하는 물
최종적인 것
계단들의 혼란
환영들
질서
메산나파다
물의 광란
사절 퀴르드탐
만물을 정화하는 물
달의 반사광
새로운 삶
주어진 것의 왕국
인간의 두 형상
지식의 힘
전지한 자들
탐무즈

3. 신성을 얻은 인간과 민족의 탄생
왕의 사자들
신성에 대하여
바람의 형상들과 삶의 비밀들
생각의 힘
인간 탐무즈 신성을 얻다
어떤 상하고도 닮지 않은 상
생각의 다양성
인간 민족
타라라타
정화하는 불
북들의 언어, 전쟁
조약때문에
번개를 던지는 자
점쟁이
무인지대

4. 우리가 우리의 신이 되리라
폭풍의 법칙
태초의 우주를 향한 회귀
수나 예일라 티부코
전투의 노래, 생각의 힘이 내뱉은 말
침묵의 탑 안에서
우리가 우리의 신이 되리라
토룹
현명하고 무서운 자
법의 지배
불화 펌훼, 시기
첫째이자 최고의 법
전쟁의 신 즈소르고르흐
처음도 없고, 끝도 없는
모든 한도의 동등함